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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리뷰

원청_잃어버린 도시(위화)

by 제이앨 2023. 11. 16.

 

위화의 소설은 책 표지를 넘기기가 두렵다. 인물들의 삶이 가슴시릴 정도로 처량하고 안쓰러워 책장을 덮어버리고 싶지만 뒷 이야기가 궁금해 도저히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미 각오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읽는 동안 마음 추스리기가 쉽지 않았다. 뒷표지에 쓰인 서평처럼 나 또한 책장을 몇번이나 덮었다가 또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다시 들추곤 했다. 

 

587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하루만에 다 읽었을만큼 이야기의 흡입력이 대단하다. 청나라 말기를 살아가던 중국 사람들의 삶이 너무나도  처절하다. 이 책을 읽고나면 중국인들을 절대 미워할 수 없을 것이라 들었는데 정말 그렇다. 

 

린샹푸라는 중국 북쪽에 사는 한 남자에게 샤오메이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아청이라 불리는 오빠라는 사람과 함께. 린샹푸는 그 지역에서는 손에 꼽히는 부자집이다. 그런 린샹푸에게 아청은 샤오메이를 놔두고 떠나버린다. 린샹푸와 샤오메이는 부부의 연을 맺게되고 린샹푸는 샤오메이와 함께 꿈같이 행복한 날들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샤오메이는 린샹푸 가문이 대대로 모아놓은 금괴의 거의 절반을 가지고 도망을 가버린다. 15일치 먹을 밥을 해놓고. 린샹푸는 크게 상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매파도 다른 혼처를 알아봐 주겠다 한다. 그러던 중 샤오메이가 린샹푸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다시 돌아온다. 

 

린샹푸는 샤오메이를 다시 넓은 마음으로 품어주고 아이를 낳아 또다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이번에 떠나면 끝까지 쫓아가서 찾을 거라는 말도 한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한달이 지났을 무렵 샤오메이는 또 다시 홀연 사라져버린다. 린샹푸는 갓 난 딸을 보자기에 싸서 앞으로 메고 남쪽으로 샤오메이를 찾아 떠난다. 

 

이 이야기는 린샹푸가 샤오메이를 찾아 남쪽으로 떠나면서 무르익어간다. 그러면서 중국 근대사의 갖가지 비극들을 온 몸으로 맞으며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린샹푸도 비극적 시대의 희생양이 된다. 

 

소설을 읽으며 샤오메이는 도데체 누구고 왜 떠났는지 너무 궁금한데 그 이야기는 샤오메이의 관점에서 쓴 2부에 펼쳐진다. 처음에는 샤오메이가 너무 밉고 야속했지만 샤오메이의 이야기를 읽어보니 샤오메이 또한 그 나름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게되어 미워할 수 없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여러 인물 중 샤오메이가 가장 기억에 남았고 제일 정이 많이 갔다. 

 

또 어려운 고난 속에서도 삶을 질기게 살아내는 인물들 앞에서 나의 삶에 대해서도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삶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최선을 다해 살아 내고자 하는 그들을 보니 나의 삶도 소중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뭔지 모를 위안도 받았다. 

 

여운이 가시기 전 리뷰를 써 놓아야 할 것 같아 두서없이 적어보았으나 인생작이라 할 만큼 정말 멋진 작품이다. 아직 안 읽어 보신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내 삶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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