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이면 언제부턴가 아이들과 애니메이션을 한 편씩 보게 되었어요. 어제도 무엇을 볼까 하다가 이웃집토토로를 보기로 했지요. 저희집에는 TV가 없어 빔을 구입했는데 하얀 벽에 빔을 쏘아서 영화를 보면 극장에서 보는 느낌이 들어 TV보다도 훨씬 좋아요.
"이웃집토토로" 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88년 작품이에요. 80년대 만들어졌지만 촌스럽다거나 하는 느낌은 안 들었어요. 배경이 80년대 농촌마을인데 80년대를 한국의 농촌에서 보낸 저에게는 익숙하고 정겨운 느낌이 들었어요. 당시 한국의 농촌마을과도 매우 비슷하더라구요. 2019년에는 화면의 사운드와 질을 높인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우리나라에서 재개봉을 하기도 했네요.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일본의 한 농촌 마을에 아빠와 두 딸(스츠키,메이)가 이사를 와요. 엄마는 몸이 아프셔서 병원에 계시는데 아마도 엄마 병원과 가까운 곳에 살기 위해 이사온 듯 해요.
두 딸 중 언니인 스츠키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메이는 4살이에요. 아빠는 어느 대학의 교수로 재직중인데 집에서 일을 하시거나 이따금씩 학교로 강의를 하러 나가요. 그때마다 언니인 스츠키가 동생 메이를 돌보며 엄마의 빈자리를 채웁니다.
엄마가 집에 오실 날을 손 꼽아 기다리던 아빠와 아이들은 주말이면 엄마가 퇴원해서 집에 올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에 너무 신나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병원으로 부터 엄마의 몸 상태가 나빠져서 퇴원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듣게됩니다. 동생 메이는 너무 실망한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고 길도 모르면서 엄마가 계신 병원을 향해 달려갑니다.
메이가 없어진 후 마을 전체가 메이 찾기에 나서는데 날은 어두워지지만 찾을수가 없습니다. 이때 스츠키는 토토로의 도움으로 메이도 찾고 엄마 병원에 가서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며 안도합니다.
"이웃집 토토로"는 스펙타클한 스토리는 없지만 잔잔한 화면과 인물들이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이에요. 그동안 본 작품으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등이 있는데 그 중 저는 오늘 본 "이웃집 토토로"가 가장 좋더라구요. 그런데 같이 본 아들은 그동안 본 작품 중 가장 평범(?) 했다고 하네요 ㅎ 그냥 일상생활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만큼 잔잔하고 서정적이에요. 또 소개하고 싶은 명장면들도 많았어요. 그 중 몇가지만 꼽아보겠습니다.
1. 칸타가 우산을 건네는 장면
칸타는 스츠키와 메이가 이사온 동네에 사는 친구에요.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스츠키에게 무뚝뚝하게 대하고 툴툴 거리기 일쑤입니다. 어느날 하교길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데 스츠키와 메이는 우산이 없어요. 칸타는 잠시 비를 피하는 스츠키와 메이를 보고 그냥 지나가는 듯 싶더니 이내 다시 돌아와 자신의 찢어지고 낡은 우산을 건네주고는 빗속을 마구 뛰어갑니다.
무심한 척 하며 챙겨주는 모습이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주인공 소년의 모습같기도 했어요. 쑥쓰러워 표현하지 못하지만 사실은 친구를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마음이 너무 예쁘게 드러나는 장면이에요.
2. 토토로가 우산을 쓰고 후드득 내리는 비를 맞는 장면
버스정류장에서 잠든 메이를 등에 업은 채 아빠를 기다리는 스츠키는 토토로를 만나게 됩니다. 비를 맞고 있는 토토로에게 아빠 우산도 건넵니다. 토토로는 나뭇잎에 모여 있던 빗방울들이 우산 위로 우두두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지자 너무나도 재밌어합니다. 아마 우산을 처음 써봤나 봅니다.
이윽고 크게 점프를 뛰어 나뭇잎에 있던 빗방울들을 모조리 떨어뜨립니다. 그러자 빗방울들이 우수수수 떨어지며 우산위에서 두두두두 소리가 나네요. 그리고 이것을 즐거워하는 토토로의 모습.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장면이었어요.
2. 메이가 엄마에게 줄 옥수수를 품에 꼭 안고 우는 장면
주말에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오시기로 했는데 엄마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져 집에 오실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메이는 목놓아 웁니다. 엄마 주려고 딴 옥수수를 품에 꼭 안고요. 이 장면에서는 저도 같이 울컥하더라구요.
그 와중에도 옥수수는 품에 안고 엄마가 계신 병원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귀엽고 짠했어요.
3. 스츠키가 이웃집 할머니 앞에서 목놓아 우는 장면
스츠키는 아픈 엄마를 대신해 동생 메이도 돌보고 아빠가 늦잠자는 날에는 아침밥도 하고 도시락도 싸며 야무진 첫째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힘들법도 한데 아무 내색 없이 항상 밝은 모습으로 아빠, 메이와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주말에 집에 오기로 한 엄마가 건강이 나빠지셔서 못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도 서운한 감정을 꾹꾹 눌르며 칭얼대는 동생 메이를 달래주었어요. 그런데 이웃집 할머니 앞에서는 그만 참지 못하고 어린아기처럼 목 놓아 울어버립니다. 사실 스츠키도 엄마에게 무슨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고 집에 오지 못하는 엄마가 메이만큼이나 보고싶었으니까요.
그런데도 동생앞이라 마음껏 울지도 못했습니다. 그랬던 스츠키가 기댈 수 있는 어른 앞에서는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리고 마네요. 이런 스츠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짠했어요. 첫째의 숙명인가 생각하니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
자극적이고 장면 화면이 빠른 요즘 애니메이션을 보다 이웃집 토토로를 보니 서정적인 줄거리와 배경에 너무나도 힐링되었습니다. 우리 어릴때만 해도 좋은 애니메이션이 참 많았었는데 요즘 나온 애니메이션들은 장난감을 팔기 위한 것인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상업적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아이들 정서에도 좋을만한 애니메이션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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